<서울과 시골>편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 나서 사람이 되었으면 사람의 일을 알아야 하는데, 서울에는 온갖 일이 모여 있으니 그곳에서 밝아 지지 않으면 무슨 일에 종사하겠는가 마는, 그러나 일이 모이면 이익이 모여들고, 이익이 모여들면 마음이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리면 마음의 본성이 타락한다. (중략)
그러므로 서울사람은 모두가 용모를 예쁘게하고 내실없는 겉치레에만 신경쓰다보니 근본이 되는 일에는 소홀하여, 겉으로는 그럴듯하나 순박하고 성실함을 저버렸으니, 이러한 환경에서는 풍속을 그대로 유지하는 재목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세상을 이끄는 그릇을 길러내는 데는 부적합하다.
제대로이고자 하는 사람은 겉모습에 빌붙는 것을 천하게 여기고 도를 지키는 것을 귀하게 여겨서 반드시 번잡하지 않은 산림속에서 경서를 연구하고 행실을 가다듬는다. 이는 고상하게 되려고 힘쓰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성인이 간직한 것을 연구하고 성공한 전례를 밝게 알려면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않되기 때문이다. 구습에 따라 세상일을 그럭저럭 배워나가자면 산림이 서울만 못하고, 세상이 날로 어지러울 때에는 서울이 산림만 못하다. 그러므로 [서경]에는 산림에 있는 밝은 사람을 말하였고, [시경]에는 큰 골짜기를 말하였으니, 이것을 보아 이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공의 말은 길들이는 데에 관한 투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